남자는, 그건 또 아니라고 했다 _ 월간미술 2010.3

남자는, 그건 또 아니라고 했다 남자는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홀로였다. 까만 비닐봉지에서 소주를 꺼냈다. 손에 쥐면 바스락거리는 얇은 플라스틱 컵에 ‘처음처럼’을 따랐다. 담배를 피워 무는가 싶더니 그걸 돌 위에 올렸다. 향 대신 담배였다. ‘디스’였다. 남자는 절을 하지는 않았다. 처음 따랐던 소주를 무덤 위에 뿌리고는, 그 컵에 다시 소주를 따라 혼자 마셨다. 다시 담뱃불을 붙였다. 이번엔…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오월은 바람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오지도 않았고 오월은 풀잎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눕지도 않았다 오월은 왔다 피묻은 야수의 발톱과 함께 오월은 왔다 피에 주린 미친개의 이빨과 함께 오월은 왔다 아이 밴 어머니의 배를 가르는 대검의 병사와 함께 오월은 왔다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들의 눈동자를 파먹고 오월은 왔다 자유의 숨통을 깔아뭉개는 미제 탱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