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삼에 관한 것은 아닌

    < 이계삼에 관한 것은 아닌 >     1월 23일 저녁, 밀양의 작은 식당에서 이계삼 선생과 밥을 먹었다.   짧지 않은 시간 교단에 섰던 그는, 여전히 교육운동가였지만 교직을 떠난 뒤였다. 대신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이라는 낯선 직함을 어딘가에 품고 있었다. 곁에 유동환 씨가 앉았다. 지난겨울 송전탑 문제로 시름에 젖어 음독으로 삶을 등진 일흔네살…

사진의 털 109 _ _ 2013.4 _ 51.6% vs 5.16

  51.6% vs 5.16   지난해, 어떤 분들이 줄기차게 외쳤던 ‘준비된 여성대통령’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그때는 후보였기에 준비된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으리라. “준비가 덜 되었다” 고백하는 후보에게 “솔직해서 좋다”며 격려표를 던질 유권자가 있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한 줌 덜떨어짐을 갖춰야 비로소 사람일진대, 대통령 후보라는 자격은 그걸 숨겨야만 표를 얻는 존재부정의 자리. 멸균된 바 없다는…

사진의 털 92 _ _ 2012.8 _ 괴뢰가 과로할 때

          괴뢰가 과로할 때         나도 안다. 무식이라는 몸뚱이에 상식이라는 팬티만 입혀 말하면, 주한미군이 전쟁억지에 지대하고 혁혁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나도 안다. 반세기 전 한반도를 피로 물들인 참화 속에서 3만 명이 넘는 미군이 귀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그들의 희생과 그들의 원조가 잿더미 위의 기적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진의 털 104 _ 892호 _ 2013.2 _ 김일성이라는 김치

          김일성이라는 김치     “만약에 김일성이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종북을 까댈까 / 마르크스 마오쩌뚱 널 유혹해도, 김일성 없으면 왠지 허전해 / 김일성 없인 못 살아 정말 못살아, 너는 너는 그를 못 잊어 / 독기로 보나 욕망으로 보나 빠질 수 없지, 입맛을 바꿀 수 있나 / 만약에 김정일이 사라진다면, 무슨 혐의로…

사진의 털 100 _ 884호 _ 2012.12 _ 가고 오지 말되, 다른 형식으로 오라

              가고 오지 말되, 다른 형식으로 오라           ‘보는 것’이 곧 일인 내게, ‘볼거리’가 많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이리라.   나의 ‘보는 일’은 목격일 수도, 응시일 수도, 관찰일 수도, 방관일 수도 있는데, 펼쳐진 광경의 성격에 따라 나의 ‘보는 태도’와 ‘보는 방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각이란, 그저…

사진의 털 94 _ 872호 _ 2012.9 _ 얼굴이라는 강박

            얼굴이라는 강박       1. 우리 몸의 부위에도 지위가 있다면, 고위층은 어느 부위일까. 이유 없는 부위는 없다. 그러나 존재의 이유가 그것의 지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실은 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뿐만 아니라, 직업이나 계급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돼지에게 자신의 모든 부위는 소중하겠지만, 그것이 고기가 될 때, 대우받는…

사진의 털 79 _ 842호 _ 2012.2 _ 그럴 줄은 몰랐다는 듯, 미안해!

        그럴 줄은 몰랐다는 듯, 미안해!       김근태 전 의원이 삶 너머로 돌아가셨을 때, 우리 사회는 여러 생각을 혹은 기억을 쥐어 짜내느라 호들갑스러웠던 것 같다. 어떤 이들은 김근태를 김근태로 기억해 냈지만, 어떤 이들은 이제야(죽은 뒤에야!) 김근태를 새롭게 보게 됐다는 식이었다. 평범한 줄만 알았던 사람의 비범함을 발견이라도 한 것 같은 호들갑.…

사진의 털 93 _ 870호 _ 2012.8 _ 성은 니미요, 이름은 뽕

        성은 니미요, 이름은 뽕       이름이 참 좋다. 컨택터스(contactus)라니.   “우리에게 연락해요!” 내지는 “우리를 찾으세요!”라는 뜻 아닌가.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영화 ‘컨택트’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로선 이 단어 속에 미지의 냄새, 접촉의 설렘이 숨어 있는 것만 같아 반가웠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것, 아직은 해결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요한 추구와…

사진의 털 92 _ 868호 _ 2012.8 _ 괴뢰가 과로할 때

          괴뢰가 과로할 때         나도 안다. 무식이라는 몸뚱이에 상식이라는 팬티만 입혀 말하면, 주한미군이 전쟁억지에 지대하고 혁혁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나도 안다. 반세기 전 한반도를 피로 물들인 참화 속에서 3만 명이 넘는 미군이 귀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그들의 희생과 그들의 원조가 잿더미 위의 기적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진의 털 90 _ 864호 _ 2012.7 _ 그때는 모르던, 지금은 아는 남자

             그때는 모르던, 지금은 아는 남자          사진을 본다는 건, 과거를 되짚는 일이다.   운명적으로 그러하다. 10년 묵은 사진엔 10년 전의, 방금 찍은 사진엔 방금 전의 과거가 묻어 있다. 그러니까 사진을 꾸준히 ‘한다’는 건, 부단히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이고, 다소간 과거지향적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과거를 몸으로 버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