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거리가 내 일이 될 때….

가상이, 가혹한 현실로 스며들 때…. 구경거리가 내 일로 밀어닥칠 때…. 우리는 떤다…. 한 나라의 정치권력을 잘못 세웠을 때, 얼마나 많은 고통이 따르는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 죽지 않았어도 될 목숨들…. 누군가만이 죽인 것이 아닌 목숨들…. 누군가만을 비난한다고 살아돌아오지 않을 목숨들….  누군가가 책임진다 해도 이미 가버린 목숨들…. 하지만 누구도, 아무도…. 저 쪽도 이 쪽도 책임지지 않을 게 너무 뻔한 저 뻔뻔함들…. 오히려…

지금까지도 그래왔으나

가끔은
내가 배설해 놓은 말들, 이미지들에 치가 떨린다
퍼질러 놓은 저것들
구역질나는
그것들을 회수하고 싶다
나는 병신의 자식
내가 낳은 나

운전을 하는 내내
미친년이 뛰어드는 망상에 젖는다
나는 미친년을 친다, 밀친다

죽지 않았을까?

피치못할 이유로 나를 사랑하는 구더기들 말고는
누구를 사랑하지 않기로 한다
어차피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지겹다
내가 낳은 나

기억의 육체, 육체의 기억….

죽은 사람의 육체는 부재하는 현존이며, 현존하는 부재이다. 그러나 그의 육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 사라져 없어져버릴 때, 죽은 사람들은 다시 죽는다. 그의 사진을 보거나, 그의 초상을 보고서도, 그가 누구인지를 기억해내는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될 때, 무서워라, 그때에 그는 정말로 없음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 없음의 세계에서 그는 결코 다시 살아날 수 없다. 그 완전한 사라짐이 사실은 세계를 지탱한…

너는,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왜 너는 깨어 있는가….

‘문정현 신부님 헌정공연’ 첫째날 이야기 손님이 된 나는 카프카의 짧은 에세이를 인용하고 싶다.

“밤에 흠뻑 잠겨”로 시작되는 이 에세이는

“왜 너는 깨어 있는가? 한 사람은 깨어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한 사람은 있어야 한다.”
 
로 맺고 있다.

‘승객’이라는 다른 에세이가 옆에서 대꾸한다. 

“하기야 누가 나더러 그러라고 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