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차기 하는 날, 수영장은 텅 빈다

야심한 시각이면 동네 수영장에서 허우적댄다 스물 몇 바퀴를 돈다 스물 다섯 바퀴를 돈 날도 있지만 서른 바퀴를 돈 날은 없었다 오늘 밤은 이상했다 열한시쯤 되자,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  넓은 수영장에서 홀로 허우적대는 기분은 야릇했다 밖에 나와서야, 한일 국가대표끼리 공차기 한다는 걸 알았다 하나 더 알았다 한일 국가대표끼리 공차기 하는 시간엔 동네 수영장이 텅 빈다 나는 운동하는 걸 심각하게 좋아하지만, 운동경기를 일체 관람하지…

프루스트에서 안상수로

아침의 연평도
눈에 걸리는 건 모두
눈이었다

걸었다
밤에 걸었으므로 낮에도 걸었다
밤에는 노트를, 낮에는 사진기를

눈 맞으며 산에 올랐다가
눈 맞으며 바다를 걸었다

눈이 눈에 날아들면,
매웠다

나를 다시 연평도로 부른 건
상수가 담긴/버린 보온병

찾고 싶었다

요며칠 나는
마르셀 프루스트에서 안상수로 이어지는,
엉뚱하고 쓰잘것없는 일기를 적고 있다

동생들아, 미안….

출근도 안했는데, 출근할 데도 없는데, 오빠, 외로운 거 알아, 퇴근길에 한 잔 하고 가, 라고 자꾸 문자 보내는 나의 여동생들아, 오빠라고 불러줘서 고맙습니다, 차가운 이 세상에서 그런 따뜻한 호칭으로 불린다는 게 가끔은 감격스러워요, 헌데, 오빠로서 뭐 해 준 게 있어야 말이지, 그러니 동생들아,  문자 고만 보내라, 오빠가, 그거 지우느라 힘들다 전화기가 꾸져서 다른 문자 받으려면 자꾸 지워줘야…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 제게 강의를 요청하시는 고마운 님들…. 날도 추운데, 전화와 편지를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런데요…. 제가 더 이상은, 일체의 강의를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대학에서 요청해 온 강의들도 모두 거절했습니다…. 제 소심한 성격이, 저를 가만 두지를 않아요…. 강의를 하고 돌아온 날이면, 그날부터 며칠을 “내가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인 건지….”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댑니다…. 제가 내뱉은 헛소리에 제 자신이 마구 미워집니다. 그러다보니 작업을….…

좌파의 투쟁적이고 증오심에 가득찬 분배 주장에 현혹되지 않도록….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좌파는 성취를 시기하고 증오하면서 투쟁을 통해서 강제로 분배하자고 합니다. 국민들이 좌파의 투쟁적이고 증오심에 가득찬 분배 주장에 현혹되지 않도록 우리 보수가 모범을 보이고 노블리스 오블리주, 나눔과 포용에 앞장서면서 보수가 주도하는 선진 대한민국을 만드는 한 해가 되도록 애국단체 여러분이 힘을 모아주십시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mov_pg.aspx?CNTN_CD=ME000065050&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9 나는 그대들의 성취를 전혀 시기하고 증오하지 않습니다만,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니, 그대들 지껄인대로 “모범을…

허우적, 동네에서 자정까지….

반 년 이상 끊었던 수영을 새로 끊었다. 저것도 끊은 것이오, 이것도 끊은 것일진데, 이리 다를까. 한 밤의 허우적…. 어푸어푸…. 동네에서 자정까지 몸뚱이는 허우적댄다, 가끔은 미친 놈처럼…. 사실은 빈번히…. 말없이…. 어느새 이십년 전인가, 내 어른의 시작. 육십 킬로그램보다 덜 나갈 때가 좋았다, 고 나는 추억한다…. 육십팔 킬로그램일 때는 힘에 겨웠다…. 오늘 나는 삼 킬로그램만 버리면, 이십년 전일텐데, 살을 버린다고, 시간이…

돌아보니….

거창한 계획은, 세워 본 일이 없고, 세울 계획도 없어…. 그래도 돌아보니,  소심한 숙제 하나는 붙들었나 보다. 옷가지를 하나도 사지 않으리라 맘 먹었는데, 돌아보니, 그걸 지켰다. 한 해 동안 티셔츠 한 벌, 팬티 한 장, 양말 한 켤레 사 입은 게 없다. 신발도…. 신다보니 낡은 것에 정이 간다. 추레하다는 생각도 해 보았으나,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나니 어려운 일도, 구질구질한 일도 아니라는…

우리는 운명적으로 현실을 항상 과도하게만 말할 수 있을 뿐인가

“우리는 대상의 전체성을 회복하지 못한 채, 대상과 그 대상의 탈신비화 사이에서 꾾임없이 부유한다. 만약 우리가 대상 속으로 너무 깊이 들어간다면, 우리는 그 대상을 명백하게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그 대상을 파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멀찌감치 떨어져서 대상의 고유한 무게를 인정한다면, 우리는 그 대상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또다시 신화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운명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