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끼치는 남북연대

이 남자가 가슴에 매달고 있는 사진, 네댓살쯤 되어 보이는 계집아이가 철문 안쪽에서 엄마의 사투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눈 앞에서 펼쳐진 삶과 죽음의 날카로운 경계는, 아이의 머리속에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이 아이에게, 우리가 들려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대체 무엇이어야 할까. 북녘에서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이 남녘, 저 멀리 제주바다 강정마을에서도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국가는, 서로를 잡아먹을…

사라진 많은 것들이, 사라진 많은 이들이….

이 집은 오래 전에 사라졌다. 내가 그 앞에 서 있을 때도 집은 이미 반파를 넘어 사실상 완파된 채였다. 저 집이 멀쩡했을 때, 사람들이 그 안에서 저마다의 단란복잡한 삶을 어찌어찌 이어가고 있을 때, 대문 위에 걸린 가로등은 산동네 어둔 길을 노랗게 밝혔을 테지…. 집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고, 저 가로등마저 산산이 부서졌는데, 나는 이제야 저 집을 눈 앞에…

듣지 않는 것이 가장 복될 일….

“인간에게 최상의 것은 무엇입니까?” “가련한 하루살이여, 우연의 자식이여, 고통의 자식이여. 왜 하필이면 듣지 않는 것이 그대에게 가장 복될 일을 나에게 말하라고 강요하는가? 최상의 것은 그대가 도저히 성취할 수 없는 것이네. 태어나지 않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 무로 존재하는 것 바로 그것이네. 그러나 그대에게 차선의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죽는 것이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술 취한…

만약 생각이 삶이고, 힘이고, 숨이라면….



파 리 


작은 파리야
너의 여름 놀이를
무심한 내 손길이
쓸어 버렸구나

나도 너와 같은
파리가 아닐까?
너도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

나도 춤추고
마시고 노래한단다
어떤 눈먼 손길이
내 날개를 쓸어버릴 때까지

만약 생각이 삶이고
힘이고 숨이라면
그러한 생각 없음이
죽음이라면

나는야
행복한 한 마리 파리
살아 있거나
죽어 있거나

– William Blake(1757∼1827)

김정일, 이제는 자유

평양에서 통곡이 터질 때, 서울에선 김정일과 동년배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들이 그의 죽음을 축하했다.  어떤 아저씨는 “오늘이야말로 민족의 대명절”이라고 소리쳤다. 헌데 묘하기도 하지.  내게는 아저씨들이 “김.정.일.이.제.는.자.유”라고 적힌 카드를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 김정일은 이제 자유다. 허나, 남과 북의 숱한 누군가들은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산 자에겐 죽은 자의 자유를 붙잡아둘 자유가 없다. 죽은 자는 산 자의 자유를 짓누르고도 남는 자유를…

가끔은, 당신이 부러워

가끔은, 당신이 부러워 고민 없는 모습 세상은 당신을 기회주의자라 부르지만, 나는 당신을, 기회를 잡는 사람이라고 부를테야, 혹은 만들거나  그것도 단호하게…. 황지우가 그랬잖아 “사실은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아서”라고 당신은 안 괴롭고, 나는 괴롭구나…. 시를 들려줄게…. 겨울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