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를 의심케 하는 사진의 회색지대 _ 김태현 2006.12

노순택을 에둘러 읽다 인터뷰를 위해 작가 노순택을 만난 날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영하로 갓 내려간 온도에 매서운 바람이 더해져 체감온도가 끝없이 곤두박질치는 그런 날이었다. 바람을 피해 행신동 GS마트 정문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가 나타났다. 바람을 가르고 자전거를 탄 채. 사진가 노순택은 거리의 작가다. 그가 사용하는 조명은 태양광이고, 그의 스튜디오는 종로이거나 시청 앞…

대추리에 관한 9개의 진술 _ 황해문화 2006 가을호

대추리 36.5°C– 대추리에 관한 9개의 진술   아직도 할 말이 남았다. 우릴, 그냥 내버려다오. 바라는 것은 이 뿐이다. 당신들이 빼앗아간 봄은 아직 대추리에 오지 않았다. 장맛비가 몰아치는 이 여름에도 우리는 지난겨울의 칼바람에 몸서리를 친다.   1. 역사적 국책사업 앞에서 작전명 ‘여명의 황새울’은 새벽 5시에 전개됐다. 윤광웅 국방장관이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역사적 국책사업을 집행하는데, 더 이상의 기다림은…

노순택의 1막 1장 _ 반이정 2006.8

노순택의 1막 1장 노순택이 취한 서사의 일관성은 고단한 카타르시스, 시사적 유미주의, 단편이 모인 끝없는 줄거리의 구조로 요약될 성싶다. 어울릴 법하지 않은 속성 둘이 그의 인화지 속에 병렬된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를 약력으로 기재한 그지만 출력된 사진 앞에서 말 많은 해설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간혹 그의 포커스가 이미지보다 언술에 놓인 건 아닐까 싶을 만큼. 네모 격자에 박제된 현장의 아우성이…

다큐멘터리와 판타지 – 그 불온전한 동거 _ 보이나 2006.6

다큐멘터리와 판타지 – 그 불온전한 동거 @어디로 가고자 했던가. 사진인가 여행인가 삶인가. 여행은 둘러가는 것이다. 결국 삶도 여기저기 들리며 둘러가는 것 아닌가. 태어나서 바로 죽어버리면. 집 문앞을 나서자마자 가고자 했던 목적지에 다다라 있다면 여행은 삶은 지금과는 분명 다른 것일텐데. @사람은 여기저기 다니게 되어 있는것 같아요. 동물이면 자기 세력권이 있어서 거기서만 평생을 살텐데 자기 집 놔두고…

야릇한 공, 혹은 현실의 사진적 자기화 방식에 관한 비판적 독해 _ 김동일 2006.6

야릇한 공, 혹은 현실의 사진적 자기화 방식에 관한 비판적 독해 1. 피사체의 내용적 부담을 형식을 통해 중화하는 힘. 노순택 사진의 매력 가운데 하나. 예컨대, [분단의 향기 36-06]는 끝도 없이 펼쳐진 하늘을 찍는다. 그러나 이곳은 낭만적인 폐허가 아니다. 총탄의 흔적으로 난도질당한 물건들. 이곳은 아마도 미군 전투기의 공대지 사격장이었을지도 모른다. ‘분단’. 노순택의 사진은 그것이 내뿜는 화약냄새와 악취를…

21세기 초판옵티콘의 실체, 대추리 레이돔 _ 김준기 2006.6

21세기 초판옵티콘의 실체, 대추리 레이돔 ‘사람들, 곡식, 새, 꽃, 나무, 풀, 기러기, 가창오리, 똥개, 황소, 고양이, 물, 철조망, 집, 트랙터, 자동차, 달, 구름, 깃발’. 이 모든 것들이 노순택의 카메라 ‘필름 속으로 기어들어왔다’. 햐얀 공과 함께. 노순택은 이 공을 ‘얄읏한 공’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지난 3년간 평택 팽성읍 대추리의 황새울 들녘의 풍경과 일상과 사건을 흑백사진으로 담았다.…

정착하지 못하는 땅에 발 쭉 뻗고 정착한 ‘얄읏한 공’ _ 이대범 2006.6

정착하지 못하는 땅에 발 쭉 뻗고 정착한 ‘얄읏한 공’ 노순택展 신한갤러리 5. 12~23 (아트인컬쳐 2006.6월호 – 문제전시 평론) <분단의 향기>전 이후 노순택을 만난 것은 한 시사주간지 지면에서다. 그 주간지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대추리를 평화촌으로!’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었다. 노순택이 지난 1월 11일 대추리 주민이 되었다는 그 기사에는 한 차 가득 한 이삿짐을 운반하는데 여념이 없는…

‘중간’ 어딘가에 서있는 노순택을 말한다 _ 반이정 2004.8.18

‘중간’ 어딘가에 서있는 노순택을 말한다. 평소 나 스스로 사진을 잘 모른다고 믿어왔다. 요즘처럼 사진 이미지와 보급형 사진기가 과도하게 넘쳐나는 세상에 이게 무슨 당치 않은 자격지심인가? 나의 전공 분야가 미술이다 보니, 전공자적 견지에서 그렇게 느껴왔다는 얘기이다. 사진 이론을 차분하게 정독한 기억이 내게 별로 없기 때문에 사진에 관한 언급은 내게 언제나 대단히 조심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