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죄송합니다만….

. 제게 강의를 요청하시는 고마운 님들…. 날도 추운데, 전화와 편지를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런데요…. 제가 더 이상은, 일체의 강의를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대학에서 요청해 온 강의들도 모두 거절했습니다…. 제 소심한 성격이, 저를 가만 두지를 않아요…. 강의를 하고 돌아온 날이면, 그날부터 며칠을 “내가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인 건지….”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댑니다…. 제가 내뱉은 헛소리에 제 자신이 마구 미워집니다. 그러다보니 작업을….…

너를 봐야 할지, 친구를 봐야 할지….

‘누구누구와 친구들’이란 식의 제목….  근래에 너무 많은 ‘너와 친구들’이 한국을 오갔다. 피카소와 친구들, 샤갈과 친구들, 마네와 친구들, 만레이와 친구들…. 이런 식…. 물론 그 중에는 영양가 있는 전시도 있었을 터이나, 대개 ‘너’의 빈곤함을 ‘친구들’로 채워야 하는 고단한 잔머리, 흥행해야 한다는 상업적 강박이 작동하고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사진의 중심을 표방하고 있는 한겨레가 기획한 <델피르와 친구들>도 제목만 보자면 앞서간…

좌파의 투쟁적이고 증오심에 가득찬 분배 주장에 현혹되지 않도록….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좌파는 성취를 시기하고 증오하면서 투쟁을 통해서 강제로 분배하자고 합니다. 국민들이 좌파의 투쟁적이고 증오심에 가득찬 분배 주장에 현혹되지 않도록 우리 보수가 모범을 보이고 노블리스 오블리주, 나눔과 포용에 앞장서면서 보수가 주도하는 선진 대한민국을 만드는 한 해가 되도록 애국단체 여러분이 힘을 모아주십시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mov_pg.aspx?CNTN_CD=ME000065050&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9 나는 그대들의 성취를 전혀 시기하고 증오하지 않습니다만,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니, 그대들 지껄인대로 “모범을…

허우적, 동네에서 자정까지….

반 년 이상 끊었던 수영을 새로 끊었다. 저것도 끊은 것이오, 이것도 끊은 것일진데, 이리 다를까. 한 밤의 허우적…. 어푸어푸…. 동네에서 자정까지 몸뚱이는 허우적댄다, 가끔은 미친 놈처럼…. 사실은 빈번히…. 말없이…. 어느새 이십년 전인가, 내 어른의 시작. 육십 킬로그램보다 덜 나갈 때가 좋았다, 고 나는 추억한다…. 육십팔 킬로그램일 때는 힘에 겨웠다…. 오늘 나는 삼 킬로그램만 버리면, 이십년 전일텐데, 살을 버린다고, 시간이…

사진의 털 50 _ 784호 _ 2010.12 _ 고기 잡는 아저씨들

고기 잡는 아저씨들 아저씨가 맨발로 서 있다. 아저씨는 갈치빛 양복을 입었다. 걸을 때마다 아저씨의 몸짓에서 빛이 번들거렸다. 아저씨는 안경을 벗어 손에 쥐었다. 그 손엔 ‘질문지’도 들려 있었다. 그대, 회개했는가! 성큼성큼 걷던 아저씨는 하늘을 향해 손을 모으더니, 양팔 벌려 십자가가 되었다가, 아스팔트에 엎드렸다. 그리고 울었다. 한참을 엎드렸던 아저씨는 다시 일어나 성큼성큼 철퍼덕 엉엉, 성큼성큼 철퍼덕 엉엉을…

돌아보니….

거창한 계획은, 세워 본 일이 없고, 세울 계획도 없어…. 그래도 돌아보니,  소심한 숙제 하나는 붙들었나 보다. 옷가지를 하나도 사지 않으리라 맘 먹었는데, 돌아보니, 그걸 지켰다. 한 해 동안 티셔츠 한 벌, 팬티 한 장, 양말 한 켤레 사 입은 게 없다. 신발도…. 신다보니 낡은 것에 정이 간다. 추레하다는 생각도 해 보았으나,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나니 어려운 일도, 구질구질한 일도 아니라는…

노순택이라는 이름의 가방

아뿔사…. NOH Suntag이라는 이름의 가방…. 지난해 바르셀로나 시립아트센터 La Virreina에서 열린 개인전 현수막이 가방으로 개조되어 판매되는듯. La Virreina는 전시를 할 때마다 수백개의 현수막을 만들어 바르셀로나 중심 거리에 내거는데, 현수막 재질이 아주 질겨, 이를 재활용하는 가방회사와 계약을 맺고, 전시종료 후 현수막을 넘긴다고…. 따라서 이 가방은 매번 한정본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수막 재활용 가방은 이미 여러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독일에서도 ‘프라이탁’이라는 유명한…

사진의 털 49 _ 782호 _ 2010.12 _ 눈 달린 전쟁은 발명되지 않았다

눈 달린 전쟁은 발명되지 않았다 까맣게 탔던 삼겹살의 속살은 벌겋게 익지 않은 채였다. 그을린 쌀을 헤집으니 하얀 생쌀이 우글댔다. 구운 호박, 구운 사과, 구운 간장, 터진 통조림, 부서진 가스레인지, 녹아내린 시계, 내려앉은 지붕, 허리 부러진 기둥들은 제각기 다 타버린 표면과 덜 탄 내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냉장고는 얇은 철판을 접어 만든 상자 같았다. 냉동실과 냉장실을 가르는…

사진의 털 48 _ 780호 _ 2010.11 _ 네 반항의 울적함

네 반항의 울적함 사진을 좋아한다고 말했던가보구나, 너는. 춤을 추고 싶다고도 얘기했나봐. 너는 아마도 꿈꾸는 아이였을 거라고 나는 짐작한다. 좋아한다는 건, 꿈꾸는 것이고, 그건 살아있다는 얘기니까. 죽은 사람은 살아 이루고픈 꿈을 꾸지 않아. 판검사를 꿈꾸는 게 죄가 아니듯, 사진 찍고 춤추는 것 또한 죄는 아닐 텐데, 아버지는 왜 그렇게 너를 나무랐던 것일까. 사진 찍고 춤추는 꿈은…

사진의 털 47 _ 778호 _ 2010.11 _ 좀비가 되어버린 옥동자여,

좀비가 되어버린 옥동자여, 19인의 눈사람을 잊었는가 그들은 굶주렸다. 열사흘을 굶었다. 추웠다, 졸렸다. ‘춥고/배고프고/졸린’ 원초적 고통이 3종세트로 밀려와 육신을 할퀴었으나, 여윈 영혼만은 인내를 접지 않았다. 어차피 자처한 일이었다. 쉽지 않다는 걸 몰랐던 바도 아니었다. 더는 기다릴 수 없었고, 지금 침묵한다면 얼마나 더 침묵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알았다. 하여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 명동성당 들머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