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기계들

<그것>은 어디서나 작동하고 있다. 때로는 멈춤 없이, 때로는 중단되면서. <그것>은 숨쉬고, <그것>은 뜨거워지고, <그것>은 먹는다. <그것>은 똥을 누고 성교를 한다. 그것이라고 불러버린 것은 얼마나 큰 잘못인가. 어디서나 그것들은 기계들인데, 결코 은유적으로가 아니다 : 연결되고 연접해 있는 기계들의 기계들이다. 한 기관기계器官機械는 한 원천기계源泉機械에 연결되어 있다 : 하나는 흐름을 내보내고, 다른 하나는 그 흐름을 끊는다. 유방은 젖을…

사진의 털 55 _ 794호 _ 2011.3 _ 뚱땡이 시크릿 공화국’들’의 비애

뚱땡이 시크릿 공화국’들’의 비애 1. 뚱땡이 공화국! 인민들은 굶주려도 김정일과 그 자식들은… 2. 김정일이 앓고 있는 질병인 뇌졸증, 복부비만, 당뇨병은 너무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다!! 3. 아들 정남, 정은도 모두 뚱땡이 비만!! 4. 인민들은 옥수수도 없어 토끼풀 뜯어 먹으며 살아가는데… 5. “토끼풀 매서 뭐하니? 토끼 줄라고?” “제가 먹으려고요.” 남조선 텔레비죤에 한 북조선 소녀가 먹을 것이…

이의 피

머리를 자른지 아직 반년이 차지 않아 망설였지만, 반년을 꼬박 지켜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자전거를 마구 밟아주었더니 어느새 여성회관 앞에 서 있었다 머리를 잘라 달랬는데 이번에도 아주머니는 머리털만 자른다 이번에도 나는 죽을까봐 항의하지 않는다 머리 기르느라 힘드셨겠어요 힘들긴요, 그냥 가만 내버려 뒀을 뿐입니다 이거 파마하신 거예요? 아뇨, 스스로 물결이 이네요, 어쩔땐 물살이 거세 골치가 아프죠 예쁘게 웨이브졌는데, 자르기 아깝다 아깝긴요, 자르고 나면, 어느새…

말할 수 없는, 말이 없는

영원한 것에 대한 철학자의 경험, 플라톤에게는 ‘말할 수 없는'(arrheton)….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말이 없는'(aneu logou)…. 이후에는 역설적으로 ‘정지한 지금 시간'(nunc stans)으로 개념화되었던 이 경험…. …. 정치적으로 말해서, 죽는다는 것이 ‘인간들 사이에서 존재하기를 그치는 것’이라면 영원한 것의 경험도 일종의 죽음이며, 이 죽음을 실재적인 죽음과 구별시키는 유일한 것은 어떤 살아있는 피조물도 오랫동안 이를 견디어낼 수 없기 때문에 이 죽음은…

술이서 둘

술은, 둘이 하는 게 조금 낫다 말을 접기도, 말을 풀기도 좋으니까 네가 오줌 싸러 간 사이엔 남의 얘길 엿듣는다 자기도 주체 못하면서 남 얘기 한다는 게 되게 웃긴 거야 야, 지금 돈이 남았냐 망가지는 거, 그 전까지는 계속 갈 겁니다 그걸 제가 어떻게 합니까, 알아서 하는 거지 무지하게 좋을 때 조심을 해야 하는 거야 주옥같은 말씀,…

말 없는 입

잠자고, 일하는 시간을 빼고는 거의 매시간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일본 소식을 보고 듣고 있다.

신이 있다면,
그분께,
이 처참한 재난 앞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내려주시길 간절히 기도하고 싶다.

그러나
저 가혹한 재난을 “하나님의 경고”라 지껄여대는 가련한 목사님의 주둥아리를 그대로 두시는 걸 보니,
신은 더럽고 무기력한 우리 자신이 아닌가.

마음이,
무겁다.

이 무섭고 무거운 무기력….

사진의 털 54 _ 792호 _ 2011.2 _ 귀신이, 자살폭탄을 업고 헬기를 탈 때

귀신이, 자살폭탄을 업고 헬기를 탈 때  나도 한 때는, 간첩 잡는 상상의 나래를 편 적이 있다. 간첩을 잡아야겠다는, 그리하여 일계급 특진과 헬기타고 휴가 가는 영광을 누리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 때문이 아니라, 혹시나 간첩과 마주치면 어쩌나 하는 불안 때문이었다. 최전방 부대도 아니어서 간첩과 마주칠 가능성이라곤 없었을 텐데도, 군복을 입고 총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도 간첩은 가상에서 현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