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생각이 삶이고, 힘이고, 숨이라면….



파 리 


작은 파리야
너의 여름 놀이를
무심한 내 손길이
쓸어 버렸구나

나도 너와 같은
파리가 아닐까?
너도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

나도 춤추고
마시고 노래한단다
어떤 눈먼 손길이
내 날개를 쓸어버릴 때까지

만약 생각이 삶이고
힘이고 숨이라면
그러한 생각 없음이
죽음이라면

나는야
행복한 한 마리 파리
살아 있거나
죽어 있거나

– William Blake(1757∼1827)

김정일, 이제는 자유

평양에서 통곡이 터질 때, 서울에선 김정일과 동년배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들이 그의 죽음을 축하했다.  어떤 아저씨는 “오늘이야말로 민족의 대명절”이라고 소리쳤다. 헌데 묘하기도 하지.  내게는 아저씨들이 “김.정.일.이.제.는.자.유”라고 적힌 카드를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 김정일은 이제 자유다. 허나, 남과 북의 숱한 누군가들은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산 자에겐 죽은 자의 자유를 붙잡아둘 자유가 없다. 죽은 자는 산 자의 자유를 짓누르고도 남는 자유를…

김정일, 그가 설령 죽음의 사도라 불렸다 할지라도….

그가 설령 죽음의 사도라 불렸다 하더라도, 숱한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 하더라도, 그도 사람인 이상, 죽음을 피할 수 없느니…. 그의 삶을 설명했던 사진들은, 이제 그의 죽음을 설명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이명박의 시대가, 지난 한 시대의 종료를, 아주 뚜렷한 생물학적 죽음의 릴레이로 보여준다는 건 심란하고 심상찮다. 이명박의 탄신일이자, 결혼기념일이자, 대통령당선 기념일인 오늘, 긴급하게 들려온 죽음의 소식….  다들 가는구나, 다들 간다는 걸…

사진의 털 73 _ 830호 _ 2011.11 _ 그때, 찍새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때, 찍새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홍대 앞 ‘상상마당’ 5층 남자화장실에서 오줌을 누다가 로버트 카파를 만났다. 그는 소변기 위에 이렇게 써 놓았다.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말이 마치 고속도로 안성휴게소 남자소변기에 붙은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처럼 들렸기에, 나는 변기에 ‘충분히 다가가서’ 오줌을 누지 않을 수 없었다.…

중간접착제 | 김선동 01

  김선동 |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2011년 11월 22일, 국가간 조약이 국회에서 날치기되던 그날, 김선동의 행동은 파격적이었다. 그리고 숱한 공격과 옹호와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졸지에! 혹은 동시에! 애국의사겸 테러리스트가 되었다. 그날의 장면들은, 그를 규탄하게 위해, 또 그를 옹호하기 위해, 분주하게 복제되고 있다. 꼭 20일전, 남경필 외교통상위원장에게 짓밟히던 장면이 이렇게 극단적인 반전으로 돌아올 줄이야…. 최루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