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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지만, 화가 난다. 몹시도


 


 



그해 봄, 열한 분의 열사를 만났다.


 


그해 봄은 이른바 ‘열사정국’이라 불린다. 이제 막 어른이 되었는데, 나의 삶에 간섭이란 없을 것만 같았는데, 봄부터 죽음이었다. 아니, 죽임이었다. 1991년 오월, 한 청년이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삶을 잃었다. 명색 국가의 수족인 경찰이 죽으라고 때렸겠는가만, 죽도록 때린 건 사실이었다. 타살이었다. 실수 따위가 아니었다. 허나 국가의 대답은 어떠했던가.


 


저 죽임에 이 죽음으로 항의하는 수밖에 없다, 고 누군가 생각했을 것이다. 나를 불살라 저 죽임의 의미를 산 자의 가슴에 새기리라, 고 그들은 결심했을 것이다. 두렵지 않았을까. 오천만 가지 생각들이 그들의 결행을 가로막고 훼방하고 돌아서게 하지는 않았을까. 나는 그런 잡생각에 잠 못 이루곤 했다. 그들은 평범한 내 또래였으니까.


 


박창수의 주검이 도난당한 건 서곡이었는지 모른다. 김기설의 자결은 “죽음의 배후세력을 대라”는 광풍으로 불어와 세상을 얼어붙게 했다. 누군가 어둠 속에서 죽음을 지시하고 유서마저 대신 써줬을지 모른다는 추정, 그러한 가능성을 현실로 꿰어 맞춰야 한다는 검찰의 충성심은 ‘유서대필사건’을 창조해냄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켰다. 가장 엄정하고 과학적 사실만을 말해야 할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유서대필이 맞다”고 감정하자, 그 모든 죽음들은 쓰레기만도 못한 희생이 되고 말았다. 강기훈은 동료의 죽음을 사주한 파렴치한이 되어 감옥에 갇혔다. 벌써 23년 전 일이다.


 


헌데 아니란다. 김기설의 유서를, 김기설이 쓴 게 맞단다. 엄정하고 과학적이어야 할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이제야 정신 차리고 다시 감정해 보니, 강기훈이 아니란다. 이십대 강기훈이 오십대 강기훈이 되어버렸는데, 아니란다. 천하의 몹쓸 그 놈이, 이제 누구도 감히 위로하기 힘든 고통과 좌절의 당사자였단다. 다행인가? 몹시도 다행이다. 허나 화가 치민다. 이 빌어먹을 국가여, 누가 그의 미쳐버릴 듯한 세월에, 모욕당한 그 죽음들에 무릎 꿇고 사죄할 것인가 말이다.


 


 


사진의 털 #128
 <씨네21> 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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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Pingback: Mikrodermabrazja Szczecin
  2. Han_sj says:
    2015년 4월 4일 at 4:02 오후

    아….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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