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타클, 기 드보르의 긴박한 우회, 국제상황주의 전
The Spectacle, Urgent Detour of Guy Debord and Situationist International
주최_ (사)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후원_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일정_ 2013년 1월 17일~2월 28일까지
장소_ 미디어극장 아이공
관람료: 6,000원
국제상황주의는 인간의 감성과 삶의 태도를 참여적 형태로 바꾸는 예술적인 혁명에서 기인한 운동으로 기 드보르는 국제상황주의자 단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손꼽힌다. 그는 예술가이자 이론가로서 일상생활비판론을 연구하고 예술과 정치적 혁명을 결합한 상황주의 운동을 이끈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삶과 예술이 함께 변혁되기를 원했던 국제상황주의는 20세기 중반 마지막 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이라 불리며, 1950년대에서 70년대까지 문화예술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할 수 있다.
오늘날 다시 이들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기 드보르뿐만 아니라 국제상황주의자들은 스펙타클화되어가는 소비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상적 삶이 일체화되는 도시로서의 일원론적 도시계획을 주장했었다. 또한 도시의 스펙타클을 전복하고자 우회, 표류, 무단점거, 상황구축, 은어 등의 전술을 사용했다. 이런 국제상황주의적 전술에 따라 기 드보르는 총 6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여기서 스펙타클(spectacle)이란 하나의 이미지가 될 정도로 축적된 자본이나 소비자 사회를 말한다. 또한 권력이 구사하는 모든 제도적/기술적 수단과 방법들이라는 뜻으로 넓혀서 사용된다. 스펙타클은 이미지들의 집합이 아닌, 이미지들에 의해 매개된 사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이며, 사회적 주체를 마비시키는 ‘아편’과 같은 존재임을 비판한다.
국제상황주의자들은 기존의 예술작품들을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변형하는 방법을 사용하며 몇 가지 지켜야할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원작의 의미를 없앨 것, 둘째, 원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과 내용을 포함시켜야할 것, 그리고 유념할 사항으로 기존의 작품을 평가 절하하는 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기 드보르의 6편의 작품 속에도 드러난다. 기 드보르뿐만 아니라 국제상황주의자들은 영화를 스펙타클 사회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매체로 보았다. 영화 역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하면서도, 영화가 오늘날 사회에서 논쟁을 만드는 주요 매체이자, 글보다 명확하고, 재정적인 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영화 제작을 했다. 기 드보르의 영화는 인지 다큐멘터리 또는 푸티지시네마의 성격이 강하다. 기 드보르의 작품에서도 드러나듯이 주로 상업영화 및 기록영상의 푸티지 영상들을 몽타주, 재편집화하여 스펙타클 사회에 대해 비판하는 내레이션을 끊임없이 들러준다.
드보르의 첫 번째 영화 <사드를 위해 절규함 Hurlements en faveur de Sade>은 당시 문자주의 선동을 위한 실천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드보르의 자기-반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그 당시 형성되고 있던 상황주의와의 관계 속에서 1959년의 <아주 짧은 시간을 거친 몇몇 사람들의 행로에 관하여 Sur le passage de quelques personnes à travers une assez courte unité de temps>와 1961년의 <분리에 대한 비판 Critique de la séparation>에 해당된다. 세 번째 단계는 에이젠슈테인이 마르크스의 『독일 이데올로기』와 『자본론』을 영화화할 예정이었던 것처럼, 상황주의 이론을 영화화하려 한다. 이 시기에 제작한 작품이 1973년의 <스펙터클의 사회 La société du spectacle>와 1975년의 <영화 ‘스펙터클의 사회’에 붙여진 찬사로 가득한 만큼이나 적대적인 모든 평가에 대한 논박 Réfutation de tous les jugements, tant élogieux qu’hostiles, qui ont été jusqu’ici portés sur le film ‘La société du spectacle’>이다. <우리는 밤중에 배회하고 소멸한다 In girum imus nocte et consumimur igni>(1978)은 그의 마지막 저작이다. 프랑스의 68혁명 테제를 제공한 예술가인 그는 1994년 11월 30일, 62세의 나이에 자살을 선택한다.
“세계는 이미 영화화되었다. 이제는 그것을 변형시키는 게 문제다 – 기드보르”
한국 사회에서 기 드보르의 활동은 그리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그러나 기 드보르가 고민하고 제안했던 일상으로의 회귀 운동은 너무나 많은 시사점을 선물한다. 이미지가 권력을 갖는 사회, 권력에 이미지를 이용하는 사회, 소비사회가 일상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스펙타클은 인간의 일상을 무기력화하고, 자본으로부터의 소외이자,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를 당연하게 여기게 만드는 너무나 무서운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본 기획전을 통해 스펙타클 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글 김장연호(미디어극장 아이공 디렉터)
안창현(미디어극장 아이공 기획팀장(전), <미술세계> 기자(현))
작품 목록
<사드를 위해 절규함 Hurlements en faveur de Sade> 기 드보르 | 1952 | 64min
<스펙터클의 사회 La société du spectacle>Guy Debord | 1973 | 88min
<우리는 밤중에 배회하고 소멸한다 In girum imus nocte et consumimur igni> 기 드보르 | 1978 | 100min
<기 드보르, 그의 예술과 그의 시대 Guy Debord, son art et son temps> 브리지트 코날드Brigitte Cornand | 1995 | 60min | TV Documentary
단편선 (3작품, 62분)
– 아주 짧은 시간을 거친 몇몇 사람들의 행로에 관하여 Sur le passage de quelques personnes à travers une assez courte unité de temps | 기 드보르 | 1959 | 20min
– 분리에 대한 비판 Critique de la séparation | 기 드보르 | 1961 | 20min
– 영화 <스펙터클의 사회>에 붙여진 찬사로 가득한 만큼이나 적대적인 모든 평가에 대한 논박 Réfutation de tous les jugements, tant élogieux qu’hostiles, qui ont été jusqu’ici portés sur le film ‘La société du spectacle’ | 기 드보르 | 1975 | 22 min
강연회
● 2월 01일(금) 5:00PM <스펙타클의 사회> 상영후
진중권(문화평론, 동양대 교수) 강연 | 현대미술 이야기, 상황주의 인터내셔널(가제)
● 2월 07일(목) 5:00PM <기 드보르, 그의 예술과 그의 시대> 상영후
노순택(사진가) 강연 | 중독된 사진의 상황
● 2월 15일(금) 5:00PM <사드를 위해 절규함> 상영후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 현대영화 이야기, 68혁명과 기드보르(가제)
● 2월 28일(목) 5:00PM <단편선> 상영후
<작전명-까맣고 뜨거운 것을 위하여> 상영 | 옥인 콜렉티브 토크쇼(사회: 김장연호)
강연 20,000원(20명, 1월 25일까지 선착순 마감)
작품 정보
사드를 위해 절규함 Hurlements en faveur de Sade | Guy Debord | 1952 | 64min
대중을 선동하고 당대의 영화 규범을 파괴하는 것이 기 드보르의 첫 번째 영화 <사드를 위한 울부짖음>의 주된 목표였다. 실험적이고 급진적인 형식으로 인해 영화는 1952년 6월 30일 파리에 위치한 ‘아방가르드 시네 클럽’에서 처음으로 상영이 시도되었지만, 불만에 찬 관객들과 극장 관리자들에 의해 중단되었다. 그 이후 온전한 상영은 10월 13일 ‘라땡지구 씨네 클럽’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을 거친 몇몇 사람들의 행로에 관하여Sur le passage de quelques personnes à travers une assez courte unité de temps | Guy Debord | 1959 | 20min
이 영화에서 기 드보르는 우회된 이미지와 인용들을 사용한다. 목소리는 국제상황주의자 그룹의 세 번째 회의에서 취한 것이고 여러 해설들이 국제상황주의자의 사상에 관해 그것들이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그리고 그 과업에 전념하는 사람들에 대해 자기반성적인 텍스트를 이룬다. 이미지는 광고 필름과 예술에 관한 픽션 또는 기록영화의 발췌로 이루어졌다. 다양한 시청각 장르의 우회된 각 시퀀스의 선택은 각 주제에 대응한다.
분리에 대한 비판Critique de la séparation | Guy Debord | 1961 | 20min
<분리에 대한 비판>은 이전 1959년작 <아주 짧은 시간을 거친 몇몇 사람들의 행로에 관하여>의 요소에 만화, 덧칠을 한 자막과 밑그림, 그리고 또 친한 사람들과 스텝들을 보여주는 특별히 영화를 위해 우회된 이미지들을 덧붙였다. 매우 밀도있는 해설이 지속되며 텍스트-소리와 이미지 사이의 관계가 의미 산출에 핵심을 이룬다. 쓰여지고 보여지는 언급의 총화, 공동체 생활에 관련된 고찰의 총화로서 이 영화는 모두에 앞서서 대중을 위해서 국제상황주의자의 회원 자신들과 그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스펙터클의 사회La société du spectacle | Guy Debord | 1973 | 88min
<스펙터클의 사회>는 68혁명 이후에 제작되었는데, 이때 상황주의자들은 자본주의적 풍요에 대한 최초의 저항에 대해 결정적이고 이론적이며 실천적 역할을 수행했다. 국제상황주의의 이론들은 엄청난 대중매체의 성공을 이뤘고, 그 결과 대중적 성공까지 거두게 되었다. 영화는 드보르 자신의 낭독으로 이루어진 『스펙터클의 사회』 발췌와 광고 영화, 픽션 영화, 기록 영화, 그리고 텔레비전 이미지들과는 다른 이미지들로 구성되었다.
영화 <스펙터클의 사회>에 붙여진 찬사로 가득한 만큼이나 적대적인 모든 평가에 대한 논박Réfutation de tous les jugements, tant élogieux qu’hostiles, qui ont été jusqu’ici portés sur le film ‘La société du spectacle’ | Guy Debord | 1975 | 22 min
영화 <스펙터클의 사회>를 본 당시 영화 전문가들은 이 영화가 정치적 오류를 범했다고 비난하면서 그를 공격했고 반면 정치인들은 그것이 좋은 영화가 아니라며 그를 공격했다. 드보르는 그에 대한 대응으로 자신의 다른 영화 <영화 ‘스펙터클의 사회’에 붙여진 찬사로 가득한 만큼이나 적대적인 모든 평가에 대한 논박>을 제작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어떤 점에서 스펙터클이 정치인과 영화인들만큼이나 기자들을 부패시켰는지 보여줌으로써 그를 비난하는 자들의 반박과 의사-반박들을 분쇄하고 있다.
우리는 밤중에 배회하고 소멸한다In girum imus nocte et consumimur igni | Guy Debord | 1978 | 100min
이 영화는 미리 쓴 텍스트에 의존하지 않고 따라서 자기-반성적인 시기의 <아주 짧은 시간을 거친 몇몇 사람들의 행로에 관하여>에서와 같은 형식을 되찾는다. 그러나, 이번의 자기-반성은 형성 중인 아방가르드의 논제를 더 이상 다루지 않고, 지나간 아방가르드에 대해 다룬다. 드보르는 통상적인 우회된 이미지 속에서, 그 자신에 의해 촬영된 파리의 장면들을 삽입한다. 이 영화에서 드보르의 어조는 향수에 젖어있다.
기 드보르, 그의 예술과 그의 시대Guy Debord, son art et son temps | Brigitte Cornand | 1995 | 60min | TV Documentary
기 드보르가 쓰고 브리지드 코르낭이 연출한 이 영화는 <우리는 밤붕에 배회하고 소멸한다>와 같은 어조를 유지하지만, 유력한 기업(Canal+)에 의해 텔레비전으로 방영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의 예술’이라고 이름 붙인 부분에서 영화는 드보르읭 친구들과 상황주의자들의 사진, 문자주의 영화의 일부분을 차례로 보여주었다. 그림들이 드보르의 둔탁한 목소리를 대체하고, 큐페렝의 서정적 음악을 배경으로 드보르의 작품과 그의 친구들에 대한 짧지만 정확한 회고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시대’라고 이름 붙여진 다른 부분에서는 기존의 제도들을 대신하여 이미지와 논평을 유포하는 집단들의 거대한 권력을 드러내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텔레비전의 이미지들을, 특히 TV 뉴스와 다큐멘터리의 이미지들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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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 드보르와 국제상황주의에 관한 자료는 그가 준 영감과 영향에도 불구하고 쉽게 접할 수가 없는데,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2월 7일, 내가 할 얘기는 ‘중독된 사진의 상황’에 관한 것인데, 그에 관한 짧은 글은 다음과 같다.
“하루에 사진을 찍어대는 횟수가 밥숟가락을 뜨는 횟수보다 많아진 시대에 살면서 사진을 피하기란, 적절한 비유를 대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러워졌다.
지금의 ‘사진상황’은, 개인들의 사소하고 허술하지만 이루 짐작하기 난감한 이미지 수집욕에 의해, 자본과 권력의 치밀한 축적과 분류욕에 의해 꿈틀대고 있다.
당신과 나의 오늘은, 현기증 나는 사진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