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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털 90 _ 864호 _ 2012.7 _ 그때는 모르던, 지금은 아는 남자

 


 



 


  


 


 


그때는 모르던, 지금은 아는 남자


 


 


 


  


사진을 본다는 건, 과거를 되짚는 일이다.


 


운명적으로 그러하다. 10년 묵은 사진엔 10년 전의, 방금 찍은 사진엔 방금 전의 과거가 묻어 있다. 그러니까 사진을 꾸준히 ‘한다’는 건, 부단히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이고, 다소간 과거지향적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과거를 몸으로 버틴 탓에 오늘을 살고 있지만, 그 버팀이 앎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과거를 모른다. 전적으로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설프게 앎으로써 혹은 잊음으로써 현재를 누릴 핑계를 얻는다. 지나간 시간이여, 가물거려 다오. 그때 비로소 너를 허락할 수 있나니.


 


나는 한동안 대추리에서 작업한 사진들을 들춰보려 하지 않았다. 미군기지 이전사업으로 인한 갈등과 충돌이 첨예할 당시엔 기고와 선전물 제작 등 ‘지금 당장의 연대’를 위해 실시간으로 사진을 꺼내 썼지만, 그 후에도 필요할 때마다 곶감 빼먹듯 야금야금 사진들을 꺼내어 쓴 것도 사실이지만, 사진 모두를 낱낱이 살펴본 적은 없었다. 3년여에 걸친, 잠시 동안은 마을에 살면서 진행했던 그 작업은 일단 양이 많아서 한 장 한 장 살펴보기 힘겨운 일일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그 때 그 곳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일이었기에, 마음이 허락하질 않았다. 6년 전이란, 가깝다기엔 멀고, 멀다기엔 너무도 가까운 어제니까.


 


그랬던 대추리 사진들을 지난 몇 주에 걸쳐 낱낱이 보았다. 자의반타의반이었다. 강제이주당한 대추리 농민들이 모여 사는 ‘새 대추리’에 농기계창고를 개조한 주민역사관이 준비되고 있고, 개관에 맞춰 작은 사진집을 만들고 싶다는 요청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필름더미를 살피는 내내 심란했다. 거리감을 유지하지 못한 자에게 내려진 심란함이었다. 무엇보다 답답한 건, 과거라 여기고 싶은 그 장면들이 여전히 현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대추리의 장면들은 쌍용차, 용산, 강정마을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한 남자 앞에서 눈을 멈췄다. 모르는 남자였다. 몰랐으나 지금은 아는 남자였다. 그는 대추리 들녘에 몰려든 진압경찰 틈바구니에 끼어 있었다.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몇 장의 연속된 사진 속에서 남자는 이리저리 옷을 붙들린 채 경찰에 묻혀 사라졌다. 그가 그곳에 있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가 그곳에 있던 장면을 내가 사진으로 담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때 그는 모르는 남자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는 남자.


 


이창근 씨, 너 거기 있었구나. 쌍용차 노동조합 대변인, 2009년 옥쇄파업 당시 구속노동자, 스물두명의 동료들이 한 명 한 명 한 줌 재가 될 때마다 눈물로 보도자료를 썼던 사람, 희망버스 기획단원.


 


주강이 아빠, 당신이 내 필름 속에 있는 줄 몰랐어. 가슴팍에 ‘쌍용’이라고 박아 넣은 글씨를 보았어. 그때는 쌍용노동자, 지금은 해고노동자. 그때는 모르던 남자, 지금은 아는 남자.


 


 


 


 


2012.7


www.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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