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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털 89 _ 862호 _ 2012.7 _ 회춘은, 미래를 예약하지



 


 



 


 


 


 


회춘은, 미래를 예약하지


 


 


 


 


우리의 미래가, 우리의 오늘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명제는 옳을 수도 있지만, 슬플 수도 있다.


슬프다. 그것은 옳기 때문이다, 반박을 거절한다.


 


오늘을 응시하는 미래는, 슬프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지금, 여기’를 바라본다는 건 슬프거나 슬픔을 견디는 일이다. 오늘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떠들어대는 미래라면, 그것은 악몽. 우리는 계속, 슬픔을 유지해야 한다.


 


대관절 미래는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얼마나 대단하려고, 이토록 우리를 잡아가두는 것일까. 왜, 우리는 미래지향적이라야 대접받는 것일까. 그것은 미래의 우리가, 오늘의 우리보다 나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옳게 여겨져, 반박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로 인한 슬픔은, 파시즘의 슬픔이다. 한때의 예술사조, 가장 진취적인 것처럼 보였던, 심지어 이름마저 미래지향적이었던 ‘미래주의’가 어떻게 파시즘의 충직한 종이 되었는지를 돌이켜 보는 것은 그래서 슬프다.


 


정치는 과거와 손잡지만, 미래와 논다. 미래는, 힘에 기댄다. 정치는 말장난이다. 장난은 아니지만, 말로 논다. 가장 보수적인 정치집단이 ‘오늘 만족적’이거나 ‘과거 지향적’임을 표방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름에 ‘선진’과 ‘미래’를 즐겨 사용하는 것은 이러한 말장난의 전형이다. 그들은 강박에 시달린다. 그것은 과거와 오늘을 숨기려는 은폐의 강박인 동시에, 그로써 미래를 포획하겠노라는 욕망의 강박이다. ‘과거는 별 볼 일 없지, 충분히 즐겼으므로. 문제는 슬픈 오늘이 아니라, 불만스런 오늘이고, 따라서 미래는 우리 것이어야 해!’


 


극단의 사익을 추구했던, 그리하여 국가를 변란사태로 몰아넣었던 이들이 국익을 선언하고, 이순(耳順)부터 귀를 닫은 채 나이를 다시 세는 노병들이 이팔청춘 혈기로 미래를 다짐하는 건, 정신분열의 징후라기보다는 회춘의 갈망이다. 회춘이란, 얼마나 미래지향적인가.


 


그들이 모였다. 이등병으로 강등된 쿠데타의 수괴가 미래안보를 책임질 예비장교들의 사열을 받는다. “충성!” 그러자 광주를 피로 물들였던 ‘하나회’ 졸개들이 국방회관에 모여 ‘종북세력의 실체와 대응책’을 논하고, ‘주사파 국회침투 및 10만명 암약설’을 유포한다. 63년전 국회프락치 사건을 수술대 위에 올리고, 21세기 이념처방전에 “몽둥이가 약”이라 서명한다. 19대 국회의장에 전두환을 “정치생활의 멘토”로 삼는 하나회 출신을 침투시킨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선 초대형 펼침막이 구호를 외친다. “종북정당 해체하라!” 세금 내지 않는 목사님과 세금 거덜내는 정치인이 사이좋게 주먹을 쥔다. 누군가 외친다. “이석기, 김재연에게 감사합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왜들 이러실까. 박정희를 아빠라 부르고, 전두환을 오빠라 불렀다던 공주님이 미소로 대답할지 모른다.


 


유신은 무엇을 꿈꾸었나. 영원한 새로움이었다. 과거의 생략이자, 오늘 없는 미래였다. 그것은, 지속되어 온 슬픔의 예약이다.


 


 


 


 


2012.7 <씨네21>


www.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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