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는 사람이 삶을 등진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그의 죽음을 들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무심코 모니터를 보다가 그의 죽음을 만나기도 한다.
최성일, 그는 출판계에 참 귀한 사람이었다, 고 최성각은 말했다.
웃음이 참 따뜻한 형이었는데,
10여년 전 한 직장에서 일하며,
가끔은 둘이서 술잔도 기울이며,
세상탓에서 시작해, 사장탓으로 흘렀다가, 결국 자기탓을 하는 지점에서 자빠져, 허탈하게 웃곤 했는데,
헤어진 뒤 각자 다른 삶을 살며, 우연히, 참으로 우연히,
이를테면 그냥 길바닥에서, 각 자의 길을 가다가, 몇 번을 만나곤 했다.
만날 때마다 반가워 꼭 술 한 잔 하자고, 두번 세번 다짐을 해놓고는,
각자의 삶이 다르고, 바쁘고, 사실은 버겁고, 그래서 그 다짐을 서로가 지키지 못했다.
누가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그의 죽음을 듣고 보니, 역시 내탓이다.
아무튼, 그가 갔다.
그의 죽음을 모니터에서 만나고,
내가 짐작하였으나, 사실은 잘 알지 못하였던 그의 삶을 듣고,
그가 남긴 것들을 더듬어 본다.
그는 출판계에 참 귀한 사람이었구나, 속으로 되뇐다.
꼼꼼하고, 성실해서, 가끔은 답답했던 사람,
나이 어린 나보다도 조직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해 낑낑대던 사내,
내게 반말 한 번 하지 않았던 형,
저승 가거든 책 같은 것 읽지 말고, 신문 스크랩 같은 것 하지 말고, 글 같은 것 쓰지 말라, 고
길고 긴 추억담을 늘어놓은 누군가는 당부하더만, 어디 그럴 당신인가.
잘 가시라, 당신, 성일 형….
최성일, 네가 없으니, 아프고 또 아프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0708172213§i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