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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털 61 _ 806호 _ 2011.6 _ 쥐의 의미


 



쥐의 의미




안다. 모르고서 이럴 수 있을까.

알기에, 그것도 너무 잘 알기에, 서로 입 밖에 내기를 주저하는 것이다. 아는 것과 입 밖에 내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이니까. 먼저 입 밖에 내는 사람이 똥무더기를 뒤집어쓸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서로는 인정할 건 인정하고 있다. 이점에서 피고와 검사, 판사와 관객은 통한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 쉿, 본 법정에서 ‘쥐는 □□□입니다!’

그러므로 이 법정공방은 어진(御眞)공방이라고 불러야 한다. 우리는 지금 “세계경제의 미래를 밝히는 전환점, G20 정상회의에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하던” 바로 그 순간 공공시설물에 국가원수를 그려 넣은, 겁대가리를 상실한 예술가 나부랭이를 법정에 세워놓고 있는 것이다. 검사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만행을, 일반인도 상상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춰, 그는 어진을 그렸다. 그 어진이 얼마나 적절했는가를 검찰이 신속한 체포와 기소로 증명했다는 건 이 사건의 흥미로운 역설이다. 지금 검찰은 어진의 진위여부가 아니라, 품질을 따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분노했다.

“이 포스터를 보십시오. 청사초롱은 예부터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쓰는 물건입니다. 그런데 이 청사초롱을 마치 쥐가 들고 있는 것처럼 그림을 그려 넣었습니다. 원래 포스터에는 누가 청사초롱을 들고 있는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누구인지, 누구여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G20 대회를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국가의 번영을 이루겠다는 우리 국민들, 우리의 아이들이 있어야 할 자리입니다. 피고 박정수는 우리 국민들과 아이들로부터 청사초롱과 번영의 꿈을 강탈한 것입니다. 빼앗은 것입니다! 이런 피고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합니다.”


이상하다. 피고는 ‘그 꿈’을 쥐가 가져갔다고 표현했건만, 검찰은 자꾸 피고가 강탈했다고 주장하니, 그렇다면 박정수가 쥐란 말인가? 그림은 박정수의 자화상이었나? 검찰은 국가원수모독죄의 기틀에서 기소를 해놓고, 국가원수모독죄를 감추는 혼돈의 법정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G20회의는 안개의 숫자놀음이었다. 그것의 경제효과는 24조원이었다가, 또 31조원이었다가, 심지어 419조원이기도 했다. 취업유발 효과는 242만명이었다. 그 효과들, 어디 가신 걸까? 취업효과는 어디가고 이렇게 ‘쥐업’효과만 남은 걸까? 박정수는 질문을 품었고, 질문을 그렸으며, 기소됨으로써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성은 차이를 구분하고, 감성은 공통점을 탐색한다고 했던가. 연평도에서 만난 죽은 쥐는 자신의 죽은 감성으로, 자꾸 어떤 쥐를 탐색케 한다.

2011.6
www.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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