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설명 않고는, 모든 걸 설명했다고



이럴 때, ‘점철’이라는 단어는 예사롭지 않게 스며든다.

점철은 빈번하게 과장의 수사와 어울려 왔으나, 오늘의 점철은 홀로다. 홀로 점을 잇고 있다. 이토록 무능력으로 점철된, 이토록 거짓으로 점철된, 이토록 의혹으로 점철된 사건이 또 있었을까.

강철로 만든 1200톤급 초계함이 아닌 밤중에 두 동강났다. 함장의 실언에 따르면 1초만에 쪼개져, 반토막이 가라앉았다. 76㎜ 주포 2문과 40㎜ 부포 4문, 어뢰 6정, 하푼 대함유도미사일 4기, 대공·대함·사격통제 레이더, 선체고정형 음탐기와 전자전 장비를 갖춘, 위풍당당했던 군함이 주먹 한번 쥐어보지도 못하고 수장되었다.


백네명의 승조원 중 쉰여덟명이 목숨을 건졌다지만, 서른여덟명이 목숨을 잃었고, 여덟명은 주검마저 찾지 못했다. 설상가상, 구조작업을 벌이던 UDT요원이 강행군에 목숨을 잃고, 도움의 손길을 뻗었던 어선이 침몰해 다시 아홉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더 살아도 좋을 이들이었다. 죽음이 그런 식으로 그들을 데려갈 줄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러하기에, 알고자 하는 것이다. 죽음이 어떻게 그들을 데려갔는지. 왜 그날의 백령도 앞 검은 밤바다였는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살아있는 모든 것은 죽음의 눈 밖에 날 수 없다지만, 이미 스며든 죽음을 돌려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지만, 게다가 모든 죽음의 순간은 예고 없는 것이라지만, 이 황망한 죽음들은 그것이 왜 그날 그 자리여야 했는지 말없이 묻는다.


대통령은 눈물을 훔쳤다. 울먹이며 이름을 불렀다.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한 점 의혹 없이, 낱낱이, 얼마의 시간과 비용이 들던, 밝혀내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결연했다. 허나 그뿐, 예의 ‘참을 수 없는 자화자찬’이 강림했고, 이튿날 “세계 정상들이 나를 만나려고 줄을 서 있다"는 말로 실력을 뽐냈다. 멋진 실력이다. 군통수권자의 모범은 명령이므로, 군 수뇌부가 그 모범을 따라 배우고 있다. 아무것도 설명 않고는, 모든 걸 설명했다고 자기최면을 건다. 말뿐인 진상규명, 말뿐인 의혹해소, 말뿐인 공개원칙, 말뿐인 책임절감.


‘꽃다운 청춘’을 들먹이고, ‘의로운 죽음’을 받들겠다는 식의 낭만적 애도로, 점철된 무능력과 점철된 거짓, 점철된 의혹을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대통령의 말대로 “이번 ‘기회’에 안보에 대한 인식을 각성함으로써, 바로 가까이에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세력이 있다는 걸 깨닫는 ‘기회’가 된다면 희생된 사람에 대한 보답도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일까. 그러니 너나 나나 속 타는 것이다.  


여기는 백령도. 저 야속한 바다를 바라보는 이 힘겨운 해변에서 꽃다운 청춘이 속을 태우고 있다.



2010.4  www.cine21.com

Posted by 싫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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