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씨네21>에 연재하고 있는 '사진의 털'이 한겨레출판 '씨네21북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써온 100여편의 글 가운데 80여편을 추려 이 책에 수록했습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316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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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음 주 화요일부터 통의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조그마한 개인전을 합니다.

제목은 < 어부바 >구요. 말 그대로 어부바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애초 이 전시는 작년에 계획되었으나, 학고재 개인전이 앞당겨지면서 부득이하게 올해로 미뤄진 것이죠. 류가헌에서 5월 '가족의 달'에 전시를 하고 싶어 하셨거든요. 

물론 가족간의 사랑을 증진시키자는 아름다운 얘기를 담고 있는 작업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버이 날 '이브'에 묘한 힘겨움을 줄 수는 있을 것도 같군요.

그동안 제가 해온 작업을 생각하면 뜬금없는 작업처럼 보일 수는 있으나, 함께 만든 책을 보시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책 맨 앞에 불타는 인공기가 등장하는 것만 봐도요.

작은 규모의 전시지만, 책을 내고 싶은 과한 욕심을 부려 사진집을 만들었습니다. 제대로(?) 만들긴 했지만, 정식출판물은 아니라 전시 중에만 구입이 가능합니다.

전시기간은 5월 7일부터 19일까지 딱 2주입니다. 
<류가헌>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출구에서 5분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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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신부님께서 아침에 보내신 다급한 문자메시지.



"강정, 제2의 황새울 대작전 중! 경찰버스 20여대 공사장 두 정문 완전 장악! 대거연행태세! 해군기자 공사장 앞 11시 강정생명평화미사는, 하던 미사는 하겠지만 어떻게 될지. 조급한 마음!"


마을에서 고단하게 버텨가며 주민들과 연대했던 평화활동가들에게 몸을 피하라는 권유마저 있었다고 한다. 그 다급한 심정을 알 것 같기에 마음이 무겁다. 


문정현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여명의 황새울' 대작전을 떠올린다. 대추리 늙은 농부들을 상대로, 맨 몸뚱이 하나로 저항하는 평화활동가들을 상대로, 새벽부터 벌어졌던 대규모 군인 + 경찰 + 용역깡패들의 합동작전.... 우리는 "100년 가는 초대형 군사기지"를 지어서 더 안전해졌나?

 

이게 나라인가. 우리가 동의하는 민주공화국의 실체인가.
그걸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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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뢰가 과로할 때

 

 

 

 

나도 안다. 무식이라는 몸뚱이에 상식이라는 팬티만 입혀 말하면, 주한미군이 전쟁억지에 지대하고 혁혁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나도 안다. 반세기 전 한반도를 피로 물들인 참화 속에서 3만 명이 넘는 미군이 귀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그들의 희생과 그들의 원조가 잿더미 위의 기적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그 사실을.

 

나도 안다. 호시탐탐 남침야욕을 불태우는 저 붉은 괴뢰도당이 미군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와 페트리어트 미사일을 얼마나 두려워하며 부러워하는지, 그 때문에 얼마나 과로하는지.
누구나 알 것이다. 외침에 시달려 온 우리역사와 오늘날의 정치외교적 상황을 돌아보면, 주변 강대국들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강한 친구를 요청하게 된다는 강박적 현실을. 게다가 그 친구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전도사가 아닌가.

 

미국은 어찌하여 이리도 고귀할까.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사랑의 전쟁을 실천해온 친구, 피를 두려워않고 오히려 피를 향해 주저 없이 달려온 혈맹! 고마운 일이다, 그것이 인류애라면.


그러므로 ‘실수’라고 말하자. 선의를 가진 이들도 얼마든 실수할 수 있는 법이고, 그들 스스로도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실수를 어쩔 수 없이 자백할 때가 잦았으니까. 그들은 실수가 많았다. 일제강점에서 겨우 벗어났다 싶었는데, 그 하수인들이 다시 강점하는 세상을 만들어 준 것이 그들의 결정적 실수였다. 혹은 의도된 실수였다. 덕분에 행정공백은 줄었다. 모름지기 해방은 전면적인 공백 속에 새로운 행정을 수립하는 것이어야 했는데, 미국에게 필요한 건 말 잘 듣는 행정이지 어설프거나 까탈스런 행정이 아니었다. 친일파가 친미파로 변신한 건 삽시간이었다. 그로써 어떻게 각자의 정부가 수립되고, 38선이 그어지며, 전쟁이 터지고, 저마다의 정치가 독재로 치달았는지,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는지는 반세기의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 했겠지만, 한 짓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억압자들을 수호한 것이었다. 1980년 광주의 피울음은 남한 사회에서 미국의 존재가 무엇인지를 전면적으로 묻는 계기였다. 군사작전통제권을 가진 미국은 신군부의 동향과 ‘화려한 살육’작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살육을 지시하지 않았으나, 묵인으로 승인했다. 전두환을 비호했다.

 

5.18 국립묘역 추모관에 ‘한미동맹의 3가지 이점’을 알리는 홍보물이 들어섰다는 뉴스가 흐른다. 보훈처는 “5·18도, 한미동맹도 '파트'는 다르지만 모두 애국”이라 역설했단다.
제 정신일까. 한미동맹이 밝다 해도, 그곳은 한미동맹의 그림자를 사죄해야 하는 공간.

 

 
묻자. 미국과 소련은 인류애를 실천하기 위해 한반도에 왔는가, 그들의 필요에 의해 왔는가. 괴뢰의 속성은 과로다. 적당히 괴뢰하지 않고, 지나치게 괴뢰한다. 똥도 된장이라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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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이라는 김치

 

 

“만약에 김일성이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종북을 까댈까 / 마르크스 마오쩌뚱 널 유혹해도, 김일성 없으면 왠지 허전해 / 김일성 없인 못 살아 정말 못살아, 너는 너는 그를 못 잊어 / 독기로 보나 욕망으로 보나 빠질 수 없지, 입맛을 바꿀 수 있나 / 만약에 김정일이 사라진다면, 무슨 혐의로 간첩을 잡을까 / 소련공산당 중국공산당 다 차려놔도 로동당 빠지면 왠지 허전해 / 김정일 없인 못 살아 정말 못살아, 통치하기 너무 어려워 / 주거니 받거니 서로서로 총질 해대도, 뒷간에서 슬쩍 웃지요!”

 

해방이후 한반도 정치사를 곰곰이 돌이켜보면, 김일성이야말로 남북한 정치의 만능해결사가 아니었나 하는 황홀한 결론 앞에 서게 된다. 김일성은 한 번도 죽은 적이 없다. 박정희가 아직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그들은 여전히(!) 한반도의 불사신이며, 남북한 정치의 작동원리를 독점공급하는 시장지배자다. 권력이 위태로울 때마다 서로는 서로에게 얼마나 든든한 적군이 되어주었던가. 남한정치의 주요 고비마다, 북한이 어떻게 훼방 아닌 훼방, 협력 아닌 협력으로 남한 정치를 도왔는지 되짚어 보면 그들이 정녕 한통속은 아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경악할만한 폭파사건, 간첩단사건, 납치사건의 사이클과 총선 대선의 사이클이 절묘하게 겹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국시를 ‘통일’이 아닌 ‘반공’으로 설정한 이상, 남한 정치는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도” 잘 굴러갔겠지만, “만약에 김일성이 없었더라면”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을 것이다. 김치 없는 한식이 무효이듯, 김일성 없는 한반도 정치도 아직까지는 무효다.

 

민주사회의 국가기관이 지켜야 할 엄정한 원칙을 저렴한 댓글로 폐기해버린 ‘국정원 심리정보국’ 댓글공작원들의 꼬락서니를 보자. 대선기간에 야당을 저주하고, 여당을 찬양하는 자칭 ‘대북심리전’을 남한시민을 대상으로 전개한 그(녀)들의 활약은 ‘빨갱이 잡겠다는데 법률위반이 대수냐!’는 무도함으로 표출됐다. 전형적인 김일성 중독 증세다.

 

화답일까. ‘제3의 김일성’ 김정은이 은유의 핵폭탄이 아닌 직설의 핵폭탄을, 새정부 내각 발표 하루를 앞두고 터뜨렸다. 우연의 일치겠으나, ‘누군가들’에겐 얼마나 고마운 훼방이자 협력일까.

 

시인 김수영은 일찍부터 ‘우리 안의 김일성’을 보았다. 1960년에 썼으나 죽기까지 발표하지 못했던 <김일성 만세>는 2013년의 우리를 해설한다.

 

“김일성 만세 /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 인정하는 데 있는데 /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 시인이 우겨대니 / 나는 잠이 올 수밖에 / 김일성 만세 /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 인정하는 데 있는데 /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 나는 잠이 깰 수밖에”

 

김일성은 김치다. 수면제와 각성제로 버무린 이데올로기의 김치.

 

 

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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